저는 오늘 이사를 했습니다. 이삿날 밤 열두시에 아직 짐도 풀지 않은 거실에 앉아 이 빠띠에 들어오니, 새롭고 반가운 분들이 합류하셨네요. 아이 신나라.
종일 무겁디 무거운 짐을 끙끙거리며 날라 주신 포장이사요원님들은, 일을 마치시고 그 자리에서 제가 건넨 이사비 현금을 약속된 비율만큼 나눠서 쿨하게 떠나시더군요.
노고에 비해서 적은 금액일텐데. 계약 할 때에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종일 일하시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 이건 일하신 것 보다 적은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의 변화를 느끼면서, '과정'과 '맥락'을 아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달았습니다. - 뭐 이건 그냥 소회입니다.
포장이사 팀원분들의 히스토리를 조금 들었는데, 예전엔 그 세네분이 용달차를 갖고 모여서 이삿짐을 옮기셨다는군요. 지금은 돈을 모아서 한 분은 탑차를 마련하셨고, 한분은 영업에 재능이 있어서 일을 따 오시는 것 같고, 또 한 분은 용달차 운전, 그리고 주로 부엌정리와 가재도구를 정리하시는 여성분이 '이사가 있다'고 하면 짠 하고 나타나 서로 가진 장비와 재주를 가지고 그날의 미션을 수행하시는 것 같더군요. 플러스, 사다리차라는 장비와 그것을 익숙히 다루는 프리랜서 전문가(?) 사다리차 요원님도 필요시 그때그때 영입해서요.
아마 탑차 소유자는 평일에 이사 말고 다른 탑차 운전을 하실 것 같고, 사다리차 선생님도 사다리차를 이용한 다양한 일들을 하시겠지요. 독립 적으로 자기 영역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필요할 땐 모여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이사 미션을 수행하기. 같은 기능을 가진 사람들로만은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한. 따로 또 같이 일 할 때의 장점, 그렇게 일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관심따라 요샌 이런 것만 보이네요. ㅎㅎㅎ
관심 주제를 갖고 쭈욱 활동한 사람. 연구한 사람. 연구하는 방법론에 관심있는 사람. 연구물이나 뭐든 대중에게 잘 읽힐 수 있는 콘텐츠로 가공하는 데 관심있는 사람. It기술로 운동하고 싶은 사람. 디자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 - 이런 사람들이 따로 또 같이 할 구 있는 일의 조합은? 상상만 해도 신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