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러 인터뷰] 첫번째 인터뷰 곽승희 (낑깡)님

"돈 버는 일을 하고 있진 않아요. 하지만 '내 일'을 하느라 무지 바빠요. 제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할 적합한 단어가 뭘까요?"

우리들의 이야기, 이 모임에 계신 낑깡님을 만났어요.

첫번째 인터뷰 많은 사진과 글을 빠띠 게시판에 다 실을 수 없어서 페북 페이지 '독립활동가의 시대'를 만들어 올렸어요. 독립 활동가의 존재를 알리는 콘텐츠를 (적어도 프로젝트 기간 동안) 여기에 올릴게요. 공감하시면 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

https://www.facebook.com/independentplayers/posts/2043973945889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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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용실에 갔어요.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길 즐겁게 나눴어요. 그러다 저를 설명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6개월 전에 퇴사하고 ‘월간 퇴사’라는 잡지를 만들고있고, 퇴사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 녹음도 하고,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재인식하는 ‘겨털살롱’이라는 행사도 했고, 명상 프로그램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결국 이렇게 말하고 말았죠.

"몇 개월 전에 퇴사하고..."

퇴사하고, 다음에 1초간 머리를 굴렸다. 퇴사하고 글을 써요, 제 일을 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일을 벌이고 있어요, 월간퇴사라는 잡지를 만들고 있어요, 여성의 신체 긍정을 주제로 행사를 열었어요, 사람들을 연결해요, 명상 행사를 기획했어요- 으! 결국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 일의 의미를 축소했다.

"...놀고 있어요."  출처: (곽승희 페이스북) 


나는 현재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내 일'을 하느라 무지 바빠요. 제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할 적합한 단어가 뭘까요? 코디네이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활동가라는, 사회적이고 공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란 정체성도 딱 맞진 않은 것 같아요. 어쩌면 단순하게, “한 마디로 네 직업을 표현해 봐.” 그 자체가 좀 시대에 뒤 떨어 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단순히 “집안일을 해요.”라고 표현하기에 그는 각 식구의 입맛에 맞추는 개인 요리사이자 영양사, 청소 전문가이자 어떨 땐 아이들 양육 담당자, 의사선생님, 교육자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걸 다 뭉뚱그려서 “집안일” 이라고만 말하면 일의 의미를 축소하잖아요. 


글 쓰는 게 좋아서 기자로, 편집자로 일했어요. 온전한 내 글을 쓰고 싶어서 퇴사했어요. 제가 퇴사 하고 벌인 일들은 회사를 다니며 ‘이거 하면 재밌겠다.’, ‘이거 하고 싶은데 누가 안해주나.’ 이런 일들이었어요. 퇴사하고 보니까 퇴사가 회사원들이 공감하는 이슈더라고요. 그래서 ‘월간 퇴사’를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매일 퇴사하잖아요. 달마다 퇴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모아서 잡지도 펴내고 모임도 해 보려고 했는데 여력이 안 되어서 ‘월간’은 못 하고 있어요.


(모든 걸 혼자 하나요? )

아니요. 지인과 함께 셋이서 만들어요. 기획하고, 원고 청탁하고, 제가 글을 쓰기도 하면 친구가 편집을 해요.

제가 6개월 동안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퇴사 이후에 모든 좋은 우주의 기운이 저에게 왔던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케미가 맞는. 회사 다닐 땐 연락하지 않던 사람이랑 연락이 닿아서 ‘월간 퇴사’를 같이 만들게 되었고, ‘겨털 살롱’도 같이 하고 싶은 분이 있어서 마음을 낼 수 있었어요. 


요즘은 ‘최선을 다 한다’는 말을 가급적 안 하려고 해요. 무리하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렇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과 일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바빠서 많이 참여하지 못하는 분도 있는데, 그분은 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저는 무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데 까지만 같이 해도 너무 좋다고 했어요. 회사는 일을 중심에 두고 업무능력 중에 최상의 스킬을 뽑아내도록 일을 분배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근데 제가 일하는 방식은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같이 해요. 케미가 맞는 사람들과 일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 좋아요.

이런 일들을 벌이며 보니까, 제게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일도 벌이고 글도 쓰는 지금의 삶이 좋아요. 기획자이자 운영자, 참여자인 삶. 회사에 다시 다닌다 해도 회사원으로서만 살고 싶지 않아요. 내 생활의 20%를 쏟아 부을 직장에 다니면서 30%는 내가 하고싶은 활동 하고, 50%는 삶을 즐기며 살고 싶어요. ‘월간 퇴사’를 머리 아프게 쓰면서 든 생각이죠. 주5일 직장인 말고 주 2일만 일하는 곳이 많으면 좋을 텐데. 홍진아 씨가 말하는 “N잡러 시대가 점점 밝지 않았나.”라는 말이 와 닿아요. 


고충이요? 고비고비 있었지만 해결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작업실 만들 여유돈은 없으니까 집에서일해요. 그런데 아버지가 아침마다 막장 드라마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보시거든요. 그리고 제가 앉아서 일하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스타벅스에 가면 바가 있으니까 거기 가서 서서 일을 했어요. 그런데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불안해지더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스탠딩 책상을 사서 조립을 했어요. 그래서 해결. (아버지 막장 드라마는요?) 그것도 대안을 찾았죠. 아버지 막장 드라마는 파도소리를 다운 받아서 해결. 그렇게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요즘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요? 최근에 무리해서 건강의 경고를 받았는데 더 일 벌이지 말라고요. 하하. 하고 싶은 게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천막이나 트레일러 끌고 다니며 퇴사에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싶어요. 둘째는 유튜버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 콘텐츠가 많은데 페미니즘 유투버 해보고 싶어요. 세번째는 집 근처에 1인만 올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러서 명상하고 가도 되고, 이어폰으로 조용히 음악 듣고 가거나 차만 마시고 가도 되고요. 집에 들어가기 직전에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그런 공간? 이름은 ‘성찰하는 개인주의자들을 위한 아쉬람’이라고요. 돈이 안 되는 일이라서 사업은 못하지 않을까 하지만요.


집에는 딱 1년간 내가 하고싶은 거 하겠다고 했어요. 6개월이 지났고, 6개월이 남았네요. 지금의 삶이 좋아서 좀 더 이렇게 살고 싶지만, 회사에 가게 된다면 이제는 예전 같은 퇴사를 하지 않기 위해서 나만의 좋은 회사 리스트를 만들어봤어요. ‘아무 것도 못 하고 밀려나버리는 퇴사’를 더 이상 해선 안될 것 같아요. 조직이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하고 적응해야 한다 생각해서 소진해 버렸거든요. 이제는 내 일과 회사의 일을 같이 할 수 있는 회사에서 내 삶을 지키고 싶어요.

독립활동가의 시대
[독립러 인터뷰] 1_ 곽승희 (Kwak Seunghee) "돈 버는 일을 하고 있진 않아요. 하지만 '내 일'을 하느라 무지 바빠요. 제가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할 적합한 단어가 뭘까요?" ‘소속’과 ‘직업’만으로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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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나의 몇%를 어느 일에 쓸 건지 생각하는 것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주 4일 (돈을 받고) 일하는데, 남은 1일이 쉬는날이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하는 날이란 생각이 들고 있어서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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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요
곽낑깡님이 월간퇴사의 주인공이었군요 ㅎㅎ 제책임님이랑 베리님 페북글 보고 보고싶다고 생각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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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우군
내일 만나실 수 있답니다 ㅎㅎㅎ @아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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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내일 모임 기록 공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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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래요
@지구별우군 월간퇴사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님을 만나게 되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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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즈
늘 좋은 프로젝트....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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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
무리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을 유지하는게 정말 중요한 능력이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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